본가에서 자고 있는데 화재 경보기가 울려서 일어났다. ‘처음에는 밖에서 나는 소린가?’, ‘오작동이니까 금방 그치겠지..’ 하면서 몽롱해 있는데 도저히 멈출 기미가 안 보였다.


엄마가 ‘오작동이겠지.. 그냥 나가지 말자, 아무도 안 나가.’ 하시자마자, 최재천 교수님이 이야기하신 ‘믿음 엔진(belief engine)’이 떠올랐다.[1]


<Steptics>에서 마이클 셔머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생물학, 진화론적으로 사람은 믿음 엔진을 갖고 있다. 믿음 엔진이란 예를 들어, 산에서 길을 걷다가 바스락 소리가 났을때 무슨 일이 있다고, 나를 위협하는 산짐승이 있다고 ‘분석하지 않고’ 바로 ‘믿는’ 것이다.

물론 작은 산짐승일 수도 있으나 진짜로 위협적인 상황이라면 바로 믿는 편이 생존률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안고 나온 사람, 핸드폰도 없이 잠옷만 입고 나온 사람, 부모님을 모시고 나온 사람, 아이를 안고 나온 사람 등 다양했지만 의외로 나오지 않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엄마도 안 나오시려고 하셨고, 실제로 내가 없었으면 안 나오셨을 것 같다.


‘10번 중에 9번이 오작동이라도 꼭 나오세요..’ 라고 당부드리고 졸린눈을 부비며 이 글을 쓴다.


그 와중에 또 울린다.. (다행히 바로 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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